[잘하는 투자] 전술적 자산운용해 리스크 줄이고 수익 높여야
투자에 대해 잘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잘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바라는 것은 같다. 투자를 잘하고 싶어한다. 그런데 잘하는 투자가 어떤 투자인가에 대해서는 동상이몽이 많다.
어떤 투자가 잘하는 투자일까? 흔히들 가진 투자에 대한 오해에 대해 짚어 보면 바른 투자관 정립에 도움이 될 것이다.
▶성적
투자자들은 내 포트폴리오 성적이 항상 시장을 상회하길 원한다. 특히 전문가에게 자산운용을 맡기면 이런 기대감은 더 커진다. 사실 잘못된 기대는 아니다. 잘하는 투자라면 시장성적을 상회하는 것이 맞다. 문제는 ‘항상’ 그럴 수는 없다는 데 있다. 그리고 어떤 ‘시장’과 비교하는가도 중요하다.
왜 ‘항상’ 시장성적을 상회할 수 없을까? ‘항상’ 시장성적을 상회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절대 이익’을 추구하는 방식을 도입할 때 가능하다. 예를 들어 헤지펀드 등은 주식, 채권 등 전통적 자산은 물론 비전통적 대체자산 활용을 적극적으로 수용한다. 돈이 되는 모든 투자자산을 활용할 수 있다. 투자 방식도 매수보유에 국한되지 않고 필요에 따라 적극 공매도(short)를 하기도 한다.
거칠게 표현하자면 시장환경이 어떻든 이익을 남길 수 있다면 어디든 가고 무엇이든 사고파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방식은 ‘시장’을 앞지르는 성적을 낼 가능성도 있지만 그만큼 손실이 커질 가능성도 함께 갖고 있다. 여유가 있다면 손실 가능성을 충분히 숙지했다는 전제하에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일반 투자자들에게는 맞지 않는 방식이다. 특히 은퇴를 위한 투자에는 더더욱 맞지 않는 방식이다.
은퇴투자를 하면서 이런 식의 위험도 높은 자산운용 방식을 원한다는 것은 무언가 잘못 생각하는 것이다. 그래서 분산투자가 강조되는 것이다. 대부분의 투자자에게는 수익률 극대화가 초점이 아니라 리스크의 분산이 초점이 돼야 한다. 수익률은 장기적으로 꾸준하게 나와주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내가 원하는 투자목표 지점에 도달하기 위해 항상 시장을 앞설 필요는 없기 때문이다. 분명 더 잘 나올 때도 있고 덜 나올 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회복 불능의 손실을 초래하지 않고, 적정 수준의 수익률을 꾸준히 내주는 것은 꼭 필요한 덕목이다.
그래서 가능한 것은 ‘항상’ 시장을 상회하는 것이 아니라 중장기적인 ‘시장주기’에 걸쳐 시장을 상회하는 것이다. 이것도 물론 쉬운 과제는 아니다. 하지만 할 수 있는 만큼 손실을 최소화하고 적정 수준의 수익을 꾸준히 내주는 방식의 투자운용으로 가능해질 수 있다. 시장주기는 경기순환과 마찬가지로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는 전체적인 순환주기를 뜻한다. 매번 같은 기간이 걸리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5~10년 정도에 걸쳐 나타난다고 볼 수 있다. 최소한 5~10년은 봐야 객관적인 성적 평가가 가능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리스크와 수익의 거래
이것만큼 오해가 큰 개념도 드물다. 다들 아는 것 같지만 정말 오해가 깊은 부분이다. 투자자들은 자기 포트폴리오의 수익률을 늘 가장 수익률이 잘 나온 것과 비교한다. 그것이 애플, 테슬라, 엔비디아, 아마존 등 개별 종목일 수도 있고 나스닥이나 러셀, S&P500 등 시장지수일 수도 있다. 어떤 것에 비교하든 비교 대상이 아닌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렇게 비교하는 것은 기본적으로 리스크를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다. 투자자들은 높은 수익률은 원하지만, 그에 따르는 잠재적 리스크는 외면한다. 리스크와 수익률 사이에는 늘 거래가 있다는 것을 이미 안다. 그런데도 이를 모르는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높은 수익률을 원하면 대체로 높은 리스크를 수용해야 한다. 리스크를 원하지 않으면 그만큼 낮은 수익률에 만족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보수 성향의 포트폴리오를 운용하고 있는 투자자가 상대적으로 위험도가 높은 종목이나 지수, 투자방식 등의 성적표와 자신의 포트폴리오 성적을 비교한다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아무런 의미가 없다. 아니, 이런 비교는 오히려 잘못된 판단과 실수를 초래할 수도 있다. 경계해야 하는 부분이다.
▶벤치마크
공정한 비교를 위해서는 비교 가능한 대상이 있어야 한다. 이걸 보통 ‘벤치마크’라고 부른다. 나의 포트폴리오가 60/40 포트폴리오라면 60/40 벤치마크와 비교해야 한다. 나스닥과 비교하면 안 되고, S&P500과도 비교하면 안 된다. 나스닥이나 S&P500과 비교하길 원한다면 100% 테크 기업, 주식형 자산 포트폴리오를 가져가야 한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는 분산 포트폴리오를 갖고 있다. 위험자산(주식)과 안전자산(채권)의 비율은 다 다를 수 있다. 이 구성비는 각자의 리스크 선호도와 수용 능력에 따라 결정되어야 할 뿐이다.
물론, 리스크 선호도와 수용 능력도 달라질 수 있다. 그렇다면 그에 따라 더 공격적으로 혹은 더 보수적으로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니라면 기존의 운용전략을 꾸준히 밀고 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장기적인 투자목표와 자신의 투자성향에 맞춰 구성된 포트폴리오를 ‘잘나가는’ 무엇이 있을 때마다 뒤집어엎을 수는 없는 노릇이다. 가치주와 채권의 비중을 높게 가져가야 할 투자자가 나스닥이 고공행진을 계속한다고 갑자기 그를 쫓을 것인가? 전혀 권장할 만한 접근법이 아니다.
▶전술적 자산운용
전술적 자산운용에도 다양한 방법이 있다. 하지만 시장환경에 대한 판단에 따라 능동적으로 자산배치에 변화를 주며 운용한다는 기본맥락에서는 동일하다. 보수적 운용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판단 기준이 보수적으로 적용된다. 공격적 운용은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는 판단 기준이 상대적으로 공격적이다. 수용 손실 폭이 더 크다고도 이해할 수 있다.
이런 능동적 자산배치의 핵심역할은 리스크 관리에 있다. 전술적 자산운용 역시 자산유형별 분산배치가 기본이지만 투자전략별 분산배치 역시 중요하게 고려된다. 어떤 부분은 전통적인 전략적 자산배치를 고수할 수도 있고,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이는 투자자 개개인의 투자성향이나 투자목적, 투자 기간 등을 반영해 결정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전술적 자산운용이라고 해서 ‘항상’ 시장성적을 상회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단, 5~10년에 걸친 중장기적 시장순환 주기를 도는 동안에는 벤치마크보다 위험도는 줄이고 수익률은 높이는 것을 추구한다. 결과를 보장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이는 분명 실현 가능한 목표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