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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집은 은행 돈으로 사면서, 노후는 내 돈으로만 준비할까

전문가칼럼

왜 집은 은행 돈으로 사면서, 노후는 내 돈으로만 준비할까

질문 하나로 시작해 보자. 당신은 집을 살 때 전액 현금으로 샀는가? 아마 아닐 것이다. 내 돈 20~30%에 은행 돈 70~80%를 더해 집을 먼저 확보했고, 그 집의 가치가 오른 몫은 온전히 당신 것이 되었다. 우리는 인생에서 가장 큰 자산을 이렇게 '남의 돈'으로 샀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집보다 더 오래 쓰고, 어쩌면 더 큰돈이 들어가는 자산, 바로 '은퇴 후 30년의 생활'을 준비할 때는 왜 오직 내 월급, 내 돈만으로 하려고 할까.
왜 집은 은행 돈으로 사면서, 노후는 내 돈으로만 준비할까

이 질문이 특히 절실한 사람들이 있다. 30대 후반에서 50대 초중반의 고소득 전문인과 자영업자들이다. 의사, 변호사, 엔지니어, 사업체를 운영하는 오너들. 남들이 보기엔 분명 잘 버는데, 정작 본인들의 속사정은 삼중고에 가깝다. 첫째, 소득이 높은 만큼 은퇴 후 유지하고 싶은 생활 수준도 높아서 모아야 할 금액 자체가 크다. 둘째, 모기지와 자녀 학비, 비즈니스 재투자까지 지출이 인생에서 가장 많은 시기라 큰돈을 따로 떼어 저축하기가 쉽지 않다. 셋째, 소득세율이 가장 높은 구간에 있어 추가로 저축하는 돈마다 세금이 따라붙는다. 많이 벌수록 저축은 더 필요해지는데, 저축은 더 어려워지고, 세금 플래닝 없이는 모은 돈도 새어 나가는 구조다.

숫자로 보면 문제가 더 선명해진다. 직장 은퇴연금(401k 등)에 넣을 수 있는 돈은 연소득 8만 달러인 사람과 80만 달러인 사람에게 똑같이 연 2만 달러대다. 앞사람에게는 소득의 30%에 가까운 저축이지만, 뒷사람에게는 3%가 되지 않는다. 소셜시큐리티도 마찬가지여서, 평균 소득자에게는 은퇴 전 소득의 40% 가까이를 채워주지만 소득이 올라갈수록 그 비율은 20%대 아래로 내려간다. 소득이 두 배가 되어도 제도가 채워주는 노후는 그대로이니, 메워야 할 격차는 소득에 비례해 커진다. 기존의 선택지들은 결국 내 돈을 더 저축하는 방법일 뿐이다. 여기서 발상을 바꾼 것이 바로 집을 살 때 쓰던 그 원리, 레버리지다.

미국 시장에는 이 원리를 노후 준비에 적용한 '프리미엄 파이낸싱'이라는 구조가 있다. 작동 방식은 이렇다. 가입자는 생명보험을 기반으로 한 저축성 플랜에 통상 5년간 본인의 저축 여력만큼 납입한다. 그러면 은행이 여기에 본인 납입분의 세 배에 달하는 자금을 추가로 투입해, 전체적으로 내 돈만으로는 불가능한 규모의 자산을 처음부터 조성한다. 예컨대 5년간 매년 5만 달러씩 총 25만 달러를 납입하면, 은행이 그 세 배인 75만 달러를 추가로 투입해 총 100만 달러 규모의 재원이 플랜에 들어가는 식이다. 내 돈 25만 달러로 100만 달러짜리 노후 자산의 주인이되는 셈이다.


이 구조의 핵심은 대출 방식에 있다. 은행 돈을 쓰지만 가입자가 대출 서류에 서명할 일은 없고, 개인 신용 심사나 집·계좌 같은 추가 담보 요구도 없다. 담보는 오직 그 플랜 안에 쌓이는 현금 가치 자체다. 이자와 원금의 상환도 가입자의 주머니에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플랜 내부에서 불어난 가치로 이루어지도록 설계된다. 은행 상환이 끝나면 남은 현금 가치는 온전히 가입자의 몫이 되고, 은퇴 후에는 생명보험만의 특별한 기능인 팔리시 론(policy loan)을 통해 불어난 이자 소득에도 세금을 내지 않고 꺼내 쓸 수 있다. 여기에 처음부터 사망 보장이 따라오고, 중병이나 장기 요양 상황에서 살아 있는 동안 보험금을 앞당겨 쓸 수 있는 기능까지 결합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후를 위한 저축과 절세, 그리고 유사시 가족과 나를 지키는 보장까지, 세 가지 숙제를 하나의 구조가 동시에 다루는 셈이다.

사실 이런 구조는 기존의 어떤 저축 수단과도 나란히 놓고 비교하기 어렵다. 은퇴연금은 세제 혜택은 있지만 한도가 작고, 일반 투자 계좌는 한도는 없지만 매년 세금이 따라붙으며, 둘 다 사망이나 중병 같은 만일의 상황에 대한 보장은 없다. 무엇보다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은, 노후 자산의 최종 크기를 결정하는 가장 큰 변수는 수익률이 아니라 애초에 들어간 돈의 규모라는 점이다. 수익률을 1~2%포인트 높이려고 애쓰는 것보다, 저축에 투입되는 재원 자체를 서너 배로 키우는 쪽이 결과를 훨씬 크게 바꾼다. 그리고 '은행이 내 노후 자산에 자기 돈을 보태' 그 재원을 키워주는 선택지는 이 구조가 사실상 유일하다.

원래 이런 레버리지 설계는 파이낸셜 어드바이저가 변호사·회계사와 팀을 이뤄 초고액 자산가에게만 맞춤 설계해 주던 전유물이었다. 이제는 이런 설계가 누구에게나 같은 조건으로 제공되는 플랜의 형태로 자리를 잡아, 연소득 20만 달러 이상의 건강한 고소득 전문인과 자영업자라면 문을 두드릴 수 있게 되었다. 은행이 아무에게나 돈을 대주지는 않는다. 바꿔 말하면, 이 구조에 가입할 자격이 된다는 것 자체가 당신의 소득과 건강이 은행이 믿고 투자할 만한 '자산'이라는 뜻이다.

물론 만능 열쇠는 아니다. 금리 환경과 플랜의 운용 성과에 따라 결과는 달라질 수 있고, 수익률은 보장되지 않는다. 가입자의 납입은 5년이면 끝나지만 은행 상환까지는 가입 후 15년가량이 걸리므로, 결국 5년을 잘 저축하고 15년을 기다릴 수 있는 현금 흐름과 시간이 전제되어야 한다. 직장 연금의 매칭 같은 기본기를 먼저 챙긴 뒤, 본인의 재정 상황에 맞는지 전문가와 구조를 충분히 검토하는 것이 순서다.

노후 준비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은퇴 후에도 내가 원하는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현금 흐름을 확보하는 일이다. 집을 살 때 우리가 이미 경험해 본 레버리지는 노후 준비에서도 충분히 유용한 도구가 될 수 있다. 이런 구조를 아직 본인의 어드바이저에게서 들어보지 못했거나 상의할 어드바이저가 없다면, 전문가에게 연락해 본인의 소득과 재정 상황에 실제로 도움이 되는지 알아보시기를 권한다. 가장 왕성하게 일하며 벌고 있는 지금이야말로, 인생에서 가장 자유로운 30년을 설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은퇴 후의 나는 오늘의 내가 내린 결정에 분명 고마워할 것이다.

최종수정: 2026/08/06 11:38:38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