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TX 몰락 이후 시장전망] FTX 몰락, 10년 금융 매니아 현상의 균열
투자자들의 군중심리는 '매니아'를 만들어 낸다. 지난해말까지 지속된 매니아는 '금융 매니아'였다고 볼 수 있다. 모든 금융자산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다. 이 매니아의 선두에는 '크립토'와 하이테크가 있다. 그리고 2022년 전체를 관통한 하락장도 이들이 선도했다.
▶하락장의 패턴
매니아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리스크'를 선호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기회를 놓칠까봐 취약한 재무상태나 수익이 없는 회사들로도 돈을 들고 몰린다. 비즈니스 플랜만으로도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사실상 가치가 없고 실제 사용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돈이 몰리는 것은 이런 매니아 환경의 특징과 맞아 떨어진다.
이런 비성적인 매니아는 언젠가는 끝이 나게 돼있다. 상황이 바뀌면 리스크로 몰렸던 돈은 리스크로부터 도망친다. 하락장이 본격화되면 이런 현상에는 다시 가속이 붙는다. 처음 시작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폭락이 시작된다.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 그렇다고 직선으로 추락하는 경우는 또 없다. 중간중간 한 번씩 '랠리'도 있다. 이런 랠리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하고, 이를 믿고 싶은 투자자들은 여기에 낚이게 된다.
주식과 채권 모두 일년 내내 고전했다. 하지만 하락은 비교적 질서정연했다. 새 저점을 찍는가 하면 반등했고, 이 패턴을 반복했다. 10월 중반부터도 증시는 반등장세를 이어왔다. 상승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거나 이를 기대하는 심리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전형적인 매니아와 그 뒤를 잇는 거품 붕괴, 대세 하락장의 초기 패턴과 유사한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두려움이 없다
각종 금융미디어는 올 한 해 시장환경에 대해 큰 일이 난 것처럼 계속 부산을 떨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시장 리스크에 대한 태만 지수가 여전히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공포 지수'로 부르는 VIX나 DIS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나 리스크 가능성에 대해 태만하다는 뜻이다. 지금 현재 공포지수들은 최저점에 위치해 있다.
주목할 것은 현재 이들 공포지수의 위치가 시장의 지난 3월의 고점, 8월 중순의 고점일 때와 같은 지점이라는 부분이다. 연초, 혹은 지수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반적인 하락장 중 있었던 조정 반등 시기와 같은 지점에 위치해 있다. 변동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태만은 공포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FTX와 엔론
지난달의 큰 뉴스는 단연 FTX의 몰락이었다. 메이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나였던 FTX의 갑작스런 붕괴는 향후 시장 전반의 흐름에 대한 예고편이 될 수 있다. 많은 관측가들이 이를 '닷컴 매니아' 시기나 지난 2006~2007년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 시기의 기업 스캔들에 비교하기도 한다. 특히 2001년 12월에 파산한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 엔론 사태에 비견될 수 있다.
FTX와 마찬가지로 엔론은 에너지 부문 트레이딩 기업으로 금융 엔지니어링의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각광을 받았다. 그 리더들 역시 비상한 능력자들이라는 평판에 기반해 기업 급성장을 이끌었다. 엔론의 주가는 90년대말 당시 하이테크 주도의 상승장을 타고 2000년 9월까지 3년간 374% 폭등한 바 있다.
하지만 엔론의 이런 성장은 2020년대 초의 금융 매니아 상황에 비교하면 하찮은 수준이다. 가상화폐 거래 기업인 FTX와 Crypto.com이 발행한 토큰은 발행 1년도 되지 않아 각각 2200%, 1570% 폭등한 바있다. 지금은 모두 고점 대비 95% 이상 추락한 상태다.
엔론 상황이 FTX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점은 그 몰락 과정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이다. 엔론의 문제점들은 당시 베어마켓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황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FTX의 파산은 다우가 1월 고점을 찍은 지 11개월만에 발생했다.
당시 엔론의 최고 재무 책임자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회계상의 문제점이 드러난 후 2001년 8월1일에 사임했다. 그후 파산을 신청하기까지는 4개월이라는 추가 시간이 소요됐다.
FTX의 몰락은 문제가 불거진 지 불과 9일만에 '완성'됐다. 11월2일 코인데스크가 FTX의 자산대비 채무 상황을 보여주는 서류를 공개한 후 9일만인 11월11일에 파산 신청을 접수한 것이다. 파산을 접수할 때 FTX의 유동자산은 9억달러였고, 채무는 89억달러에 달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몰락인 셈이다. 바로 직전까지의 FTX의 행보를 보면 이는 더욱 놀라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FTX 몰락이 주는 의미
FTX 몰락이 갖는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TX가 자체 발행한 크립토 토큰 FTT는 지난 2021년 9월 최고치를 찍었다. 이 지점에서 NFL 쿼터백 탐 브래디와 그의 당시 아내인 지젤 번천이 FTX 광고에 등장한다. 그외에도 10여명의 유명인사들이 FTX의 광고모델로 등장했고, 현재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다 소송을 당한 상태다. 같은 달 FTX는 메이저리스 야구 월드시리즈를 자사 광고로 도배를 한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NBA 팀인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장 이름에 대한 권한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FTX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크립토에 대해 전문적 이해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이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매니아의 끝자락에서 형성되는 전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의 낙관은 여전히 팽배하다. 현재까지 최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공포지수가 시장의 이런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된 매니아의 힘이 그만큼 강력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FTX의 갑작스런 몰락은 무분별한 리스크 매니아 흐름에 확실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있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한 예고편일 수 있다.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한 환경이다
매니아는 투자자들로 하여금 '리스크'를 선호하게 만든다. 혹시라도 기회를 놓칠까봐 취약한 재무상태나 수익이 없는 회사들로도 돈을 들고 몰린다. 비즈니스 플랜만으로도 자금을 모을 수 있다. 대부분의 가상화폐는 사실상 가치가 없고 실제 사용될 수도 없다. 그런데도 돈이 몰리는 것은 이런 매니아 환경의 특징과 맞아 떨어진다.
이런 비성적인 매니아는 언젠가는 끝이 나게 돼있다. 상황이 바뀌면 리스크로 몰렸던 돈은 리스크로부터 도망친다. 하락장이 본격화되면 이런 현상에는 다시 가속이 붙는다. 처음 시작은 비교적 느리게 진행된다. 그러다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폭락이 시작된다. 속도에 가속이 붙는다. 그렇다고 직선으로 추락하는 경우는 또 없다. 중간중간 한 번씩 '랠리'도 있다. 이런 랠리는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는 듯하고, 이를 믿고 싶은 투자자들은 여기에 낚이게 된다.
주식과 채권 모두 일년 내내 고전했다. 하지만 하락은 비교적 질서정연했다. 새 저점을 찍는가 하면 반등했고, 이 패턴을 반복했다. 10월 중반부터도 증시는 반등장세를 이어왔다. 상승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거나 이를 기대하는 심리도 그만큼 커졌다. 하지만 지금까지의 패턴은 석연치 않은 구석이 있다. 전형적인 매니아와 그 뒤를 잇는 거품 붕괴, 대세 하락장의 초기 패턴과 유사한 점들이 있기 때문이다.
▶여전히 두려움이 없다
각종 금융미디어는 올 한 해 시장환경에 대해 큰 일이 난 것처럼 계속 부산을 떨었다. 그렇지만 투자자들은 여전히 자신감이 넘치는 모습이다. 시장 리스크에 대한 태만 지수가 여전히 높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공포 지수'로 부르는 VIX나 DIS가 여전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나 리스크 가능성에 대해 태만하다는 뜻이다. 지금 현재 공포지수들은 최저점에 위치해 있다.
주목할 것은 현재 이들 공포지수의 위치가 시장의 지난 3월의 고점, 8월 중순의 고점일 때와 같은 지점이라는 부분이다. 연초, 혹은 지수에 따라 지난해 말부터 시작된 전반적인 하락장 중 있었던 조정 반등 시기와 같은 지점에 위치해 있다. 변동성이 높아지고 투자자들의 태만은 공포로 변화할 수 있는 환경으로 읽힐 수도 있는 대목이다.
▶FTX와 엔론
지난달의 큰 뉴스는 단연 FTX의 몰락이었다. 메이저 가상화폐 거래소의 하나였던 FTX의 갑작스런 붕괴는 향후 시장 전반의 흐름에 대한 예고편이 될 수 있다. 많은 관측가들이 이를 '닷컴 매니아' 시기나 지난 2006~2007년의 주택시장 거품 붕괴 시기의 기업 스캔들에 비교하기도 한다. 특히 2001년 12월에 파산한 에너지 트레이딩 기업 엔론 사태에 비견될 수 있다.
FTX와 마찬가지로 엔론은 에너지 부문 트레이딩 기업으로 금융 엔지니어링의 혁신을 이뤘다는 평가와 함께 각광을 받았다. 그 리더들 역시 비상한 능력자들이라는 평판에 기반해 기업 급성장을 이끌었다. 엔론의 주가는 90년대말 당시 하이테크 주도의 상승장을 타고 2000년 9월까지 3년간 374% 폭등한 바 있다.
하지만 엔론의 이런 성장은 2020년대 초의 금융 매니아 상황에 비교하면 하찮은 수준이다. 가상화폐 거래 기업인 FTX와 Crypto.com이 발행한 토큰은 발행 1년도 되지 않아 각각 2200%, 1570% 폭등한 바있다. 지금은 모두 고점 대비 95% 이상 추락한 상태다.
엔론 상황이 FTX와 비슷하지만 또 다른 점은 그 몰락 과정이 상대적으로 긴 시간에 걸쳐 진행됐다는 점이다. 엔론의 문제점들은 당시 베어마켓이 절반 이상 진행된 상황 속에서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FTX의 파산은 다우가 1월 고점을 찍은 지 11개월만에 발생했다.
당시 엔론의 최고 재무 책임자였던 제프리 스킬링은 회계상의 문제점이 드러난 후 2001년 8월1일에 사임했다. 그후 파산을 신청하기까지는 4개월이라는 추가 시간이 소요됐다.
FTX의 몰락은 문제가 불거진 지 불과 9일만에 '완성'됐다. 11월2일 코인데스크가 FTX의 자산대비 채무 상황을 보여주는 서류를 공개한 후 9일만인 11월11일에 파산 신청을 접수한 것이다. 파산을 접수할 때 FTX의 유동자산은 9억달러였고, 채무는 89억달러에 달했다. 그야말로 초고속 몰락인 셈이다. 바로 직전까지의 FTX의 행보를 보면 이는 더욱 놀라운 상황일 수밖에 없다.
▶FTX 몰락이 주는 의미
FTX 몰락이 갖는 함의를 충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 행보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FTX가 자체 발행한 크립토 토큰 FTT는 지난 2021년 9월 최고치를 찍었다. 이 지점에서 NFL 쿼터백 탐 브래디와 그의 당시 아내인 지젤 번천이 FTX 광고에 등장한다. 그외에도 10여명의 유명인사들이 FTX의 광고모델로 등장했고, 현재 이들은 투자자들로부터 다 소송을 당한 상태다. 같은 달 FTX는 메이저리스 야구 월드시리즈를 자사 광고로 도배를 한다.
지난 2021년 12월에는 NBA 팀인 마이애미 히트의 경기장 이름에 대한 권한을 사들이기도 했다. 이런 행보는 FTX가 일반 대중을 상대로 호객행위를 본격화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다. 크립토에 대해 전문적 이해가 없는 일반 투자자들이 뛰어들게 되는 것이다. 이런 환경은 매니아의 끝자락에서 형성되는 전형이기도 하다.
이런 상황에서도 시장의 낙관은 여전히 팽배하다. 현재까지 최저점을 형성하고 있는 공포지수가 시장의 이런 심리를 반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지속된 매니아의 힘이 그만큼 강력했다는 반증이기도 할 것이다.
FTX의 갑작스런 몰락은 무분별한 리스크 매니아 흐름에 확실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다. 그리고 향후 있을 수 있는 충격에 대한 예고편일 수 있다. 리스크 관리가 더욱 중요한 환경이다
최종수정: 2022/12/15 12:43:23AM